새벽세시

제가 자는 동안 회사가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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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번을 물어봤는데, 회사는 하나도 자동으로 돌지 않았습니다

2026-08-27

지난 글에서 지금 회사에는 정해진 시각에 스스로 도는 일이 쉰한 개라고 썼습니다. 그 얘기를 하면 종종 "언제부터 그렇게 하셨어요"라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저는 한동안 "일 년쯤 됐다"고 답해 왔습니다.

이번에 기록을 꺼내 보고 그 답이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첫 사용 기록은 그보다 훨씬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곤란한 사실도 같이 나왔습니다. 처음 십삼 개월 동안 이천 번 넘게 물어봤는데, 그 기간에 자동으로 돌게 만든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 글은 그 십삼 개월의 이야기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뭐가 문제였는지 분명한데, 그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시작은 회사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록상 첫 질문은 재작년 12월 말 저녁입니다. 회사 일이 아니라 집안일이었습니다. 아이 학교를 알아보다가, 검색 결과를 이리저리 뒤지는 게 지겨워서 처음으로 AI에게 물었습니다. 표로 정리해서 돌아온 답을 보고 "이거 편하네" 정도로 생각하고 닫았습니다.

닷새 뒤에 회사 일을 처음 시켰습니다. 자사 상품의 광고 문구를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작하고 닷새 만입니다. 편한 건 어디에나 편하니까, 넘어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십삼 개월 동안 물어본 것들

그 뒤로 매달 적게는 마흔 번, 많게는 백육십 번씩 물었습니다. 기록을 분류해 보니 대략 이렇습니다.

목록만 보면 꽤 잘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도움도 됐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 다섯 번꼴로 십삼 개월을 썼는데, 회사는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자리를 비우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회사. 그건 AI를 쓰기 전과 똑같았습니다.

왜 이천 번이 쌓이지 않았나

지금 와서 보면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하나. 답이 그 자리에서 소비되고 끝났습니다. 단가 인상 문자를 공들여 다듬어 받고, 보내고, 잊었습니다. 몇 달 뒤 비슷한 문자를 쓸 일이 생기면 또 처음부터 설명했습니다. 답은 매번 좋았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천 번의 질문은 이천 번의 일회용이었습니다.

둘. 시작 버튼이 항상 저였습니다. AI는 제가 묻기 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바빠서 못 물으면 그 일은 그냥 안 되는 겁니다. 제일 도움이 필요한 날은 제일 바쁜 날인데, 제일 바쁜 날엔 물어볼 틈이 없습니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병목이 저라면 회사의 속도는 그대로입니다.

셋. 매번 회사를 처음부터 설명해야 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뭘 파는지, 거래처와 어떤 조건인지, 지난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대는 매번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긴 일은 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설명하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보다 길어지니까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십삼 개월 동안 아주 성실한 일회용 비서를 쓰고 있었습니다. 답변의 품질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기억이 없고,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결과가 쌓이지 않는 것. 그게 "많이 쓰는 것"과 "일을 맡기는 것"의 차이였는데, 저는 그 차이를 십삼 개월 내내 몰랐습니다.

질문을 바꾸는 데 십삼 개월이 걸렸습니다

바뀐 건 올해 2월입니다.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판매 채널에 새 후기가 달렸는지 매일 아침 확인하는 게 지겨워서, 어느 날 질문을 이렇게 바꿔 봤습니다.

"새 후기 확인해줘"가 아니라, "내가 '상황 업데이트'라고 하면 새 후기와 안 읽은 문의를 확인해서 알려줘"로요.

해달라는 것에서 하게 해달라는 것으로. 지금 보면 한 단어 차이인데, 이 문장 하나가 그다음 반년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갔습니다. 처음으로 답이 소비되지 않고 절차가 남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뒤로도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시절 세팅은 결국 한 달을 못 갔고, 도구를 통째로 갈아치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얘기는 다음 글에서 하겠습니다.

혹시 지금 AI를 매일 쓰는데 일이 줄지 않는다고 느끼신다면, 질문 목록을 한번 꺼내 보시길 권합니다. 같은 질문을 두 번 이상 하고 있다면 — 그게 자동화 후보 목록입니다. 저는 이천 번을 쌓고서야 봤습니다.


이 글의 숫자는 전부 실제 기록입니다. 계정에서 내보낸 활동 기록 4,574건 중 해당 기간 2,038건을 분류해서 썼고, 자료 조사와 초안 작성은 지금 회사를 돌리고 있는 그 AI가 했습니다.

회사에서 반복되는 일 하나

무엇이 매번 반복되는지 한두 줄로 적어 보내주시면, 자동으로 돌릴 수 있는 일인지 먼저 답을 드립니다. 안 맞는 일이면 안 맞는다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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